놀자/자유의 바람

노대통령 지지율의 진실 3

유나톡톡 2006. 11. 15. 17:55

노대통령 지지율의 진실 3
열린사회의 대가는 책임감이다.  / Bosoo

 

여배우 샤론스톤은 2004년 미대선 때 `부시가 당선되면 이민 간다.'는 말을 했다. 미국도 한국처럼 정치적으로 맘에 안들면 이민 가겠다고 공언을 하는 인간이 있나부다. 그런데 부시는 보란듯이 존 케리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고, 샤론스톤의 이민 소식은 아직 없다. 그 밥맛없는 부시 욕 하고 다니지도 않는다. 50 다 된 나이에도 여전히 착한 관능미를 나부끼며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동할 뿐이다.

<화씨 911>의 마이클 무어, 선거기간동안 부시 낙선을 위해 돈 억수로 쏟아 부은 억만장자 조지 솔루스 같은 사람들도 비교적 조용하다. 마이클은 가끔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부시에게 불만을 쏟아내곤 하지만, 요란스럽진 않다. 부시재선의 경쟁자였던 존 케리도 그렇고, 새천년 대선에서 부시한테 재검표 끝에 400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진 엘 고어는 지금 어데서 뭐하는지 관심 없으면 잘 모른다.

엘 고어의 경우는 실제 투표율은 앞섰으면서도 미역국 먹은, 무지하게 억울한 케이스다. 조작 의혹도 신빙성 있게 거론됐고 당시 미 언론들은 미국 민주주의의 후퇴니 하면서 개탄해 마지않았다.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선거 때 시끄러운 건 마찬가지다. 국민들은 성향에 따라, 또는 지역별로 갈려(미국도 선거 땐 지역주의가 있다) 상호비방 열심히 하고, 연예인들 유명인사들 일부도 후보를 따라다니며 운동을 한다. 언론들도 편 갈라 펜대 굴리고.. 각 지지자들은 상대후보에게 독한 말 쎈 말도 하기도 한다. 미국에선 얼간이 멍청하고 게으른 인간 등이 비교적 쎈 욕이고, 욕이 많이 발달된 한국은 개새끼 소새끼 대가리에 똥찬 창자를 확... 등 각종 총천연색 욕이 난무한다.

한국과 미국의 선거는 여기까진 거의 같은 분위기지만, 선거가 끝나면 그 양태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일단 `승복'의 면에서 차이가 나고 선거 이후의 미국은 비교적 조요한 반면, 한국은 선거 전이나 후나 변함없이 총천연색 욕이 난무한다. 이 글을 읽으며 `보수 이 색히 숭미론자네'하는 분들 있을 것이다. 대충 읽으면 그런 오해는 지당하다 . 그러나 끝까지 다 읽고도 그런다면 난독증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진다.

한국과 미국이 같냐

한국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열린사회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가 전편( 노대통령 지지율의 진실 2 )의 주제였다. 역시 기대했던 대로 열린사회 미국 부시의 지지율은 왜 노통보다 높냐며 딴지를 거는 수많은 딴 알바들이 있었다. 미안한 표현이지만 떡밥을 주니 입질을 하는 딱 그런 경우다. 양심을 팔아먹으며 쓰는 알바들의 한계인가. 계속 이런 식으로 한 10편까지 이어졌으면 한다.

미국은 200년 동안 대통령을 국민이 뽑았다. 한국은 이제 20년이다. 쿠데타로 권력 도적질한 인간들이 30년을 넘게 통치하고 수많은 항쟁을 거치면서 20년 전 겨우 직선제 하나 쟁취한 나라다. 그것마저도 구태 기득권들의 독재 전체주의에 대한 미련과 등쌀에 도전을 받고 훼손되고 찢겨져 왔다.

어쨌든 한국의 민주주의는 미국에 비하면 게임도 안된다. 미국은 민주주의의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민도가 안정되어 있는 나라다. 간접선거 방식이고 연방제가 굳어져서 대통령에 대한 직접 요구나 비난은 그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6-70년대에는 반전운동 등 대규모 대정부 투쟁도 꽤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정부를 향한 집단 저항운동은 거의 없는 나라다. 개인주의 성향이면서도 애국주의가 미국 민주주의의 독특한 구조를 이룬다.

애국을 강조하면 전체주의로 흐르고 개인을 강조하면 위험한 민주주의가 된다. 자유와 인권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국가의 권위와 통제를 유지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런데 미국이라는 나라는 이 둘의 조화가 괜찮게 돼있다. 때론 매카시즘 같은 극단 애국주의가 위력을 발휘하기도 하고 명분 없는 전쟁에 높은 지지를 보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반전의 열풍이 전국을 강타하기도 한다.

보수와 진보 양당이 시소게임을 하며 한쪽으로 급격한 기울임 없이 적당한 균형을 이룬다. 정치가 안정돼 있고 유효적절한 견제가 있다는 거다. 여기까지는 미국의 성숙한 민도가 토양을 제공한다. 민주주의의 핵은 선거인데 `실정은 오직 선거를 통해 심판한다'가 미국 민의의 기본사항이다. 선거 과정은 이전투구였다 해도 일단 끝나면 애국주의를 발휘한다. 정권의 권위가 그대로 유지되고 그 정권은 별 저항 없이 소신껏 정책을 펼칠 수가 있다. 맘에 안드는 대통령을 시도 때도 안가리면서 욕하고 물고 늘어지며 돌아다니는 인사들이 없다.

수개표니 족개표니 하면서 선거 결과 자체를 부정하는 것도 없다. 엘 고어의 패배는 이회창의 패배와 완전 차원이 다른, 조작냄새가 나는, 무지하게 억울한 경우지만 승복이 깔끔하다. 빼앗긴 정권이니 잃어버린 정권이니 하며 집권 내내 딴지를 걸고 지랄하는 것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구지 미국의 예가 아니라도 대규모 알바조직을 만들어 연일 정권을 욕하고 여론의 왜곡과 조작질을 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하나 밖에 없다.

열린사회를 위한 대가들

이런 미국의 성숙한 민주주의는 열린사회가 자리 잡은 사회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미국은 성숙한 민도를 바탕으로 안정된 정치를 하고 있지만, 치명적인 맹점이 있다. 그것은 자국에선 민주주의지만 세계적으로는 전체주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Pax Americana라는 고약한 신 제국주의가 미국 국제 정치의 기조다. 그 오만방자함은 미국의 (자국에서만) 성숙한 민도가 지원을 한다. 전쟁 미치광이 부시를 미는 힘은 어떤 정권도 권위를 유지해 주고 안정적 지지를 보내는 미국민들의 애국주의다. 안에선 민주주의와 평화를 추구하면서, 밖에선 서슴없이 폭력을 휘두르며 절대군주 행세를 하는 미국, 환상의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보수가 숭미주의자가 아니라는 말은 이 정도로 하고, 주제를 이어가면.. (자국에서만) 열린사회 미국의 대통령은 안정된 민의를 바탕으로 안정된 정치를 이어갈 수가 있다. 실정은 선거를 통해 판결 받으면 된다. 또 정책과 판단에 따른 지지율의 변화는 미친놈 널뛰기식으로 들쭉날쭉 거리지도 않는다. 요새 부시맨의 지지율이 많이 떨어졌다고 해도 50프로 이상이다. 높을 땐 육십몇 프로에서 계속 하향해 50프로대로 떨어졌다고 무슨 큰일이 난 것처럼 걱정하는 한국의 숭미주의자가 리얼 숭미주의자다.

한국처럼 90프로였다가 3프로가 되는 일은 미국에선 없다. 아무리 거대한 실정을 해도, 한국처럼 별 실정도 없이 20프로가 되는 건 미국에선 상상도 못할 현실이다. 이 정도로 정권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 되겠는가. 무엇을 내놓아도 일단 비아냥부터 하고 딴지를 거는 건 민주사회가 아니다. 합리적 대안이 동반되지 않은 비판, 책임 있는 비난이 없이 욕하는 인간들이 진짜 민주주의의 적이다.

민주사회 또는 열린사회는, 민주적 절차에 의해 생긴 정권과 그 권위를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아무리 맘에 안들어도 일단 선거의 결과로 만들어진 권력은 인정해야 한다. 샤론스톤도 그랬고 조지 솔로스도 그랬다. 그게 민주적 애국이다.

그런데 정권의 출범 그날부터 탄핵 이야기가 나오더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딴지와 비아냥을 하는 야당, 핏발 선 눈으로 사소한 것이라도 꼬투리 잡고 물어뜯는 언론, 자신들이 뽑은 대통령에게 온갖 총천연색 욕을 하면서 어떡하든 정권의 권위를 깎아 내리려는 세력들.. 땡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서 부동산 폭등에 일조를 했으면서 폭등을 욕하는 국민성, 자신의 아들은 군대를 안보내면서 대북 정책을 비난하는 지도자들.. 이런 상황에서 정권이 유지되고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있나. 노대통령의 20프로 지지율은 다시 생각해도 놀라운 거다. 이건 기적이다.

열린사회의 대가는 책임감이다. 자유가 보장되지만 책임의 범주를 벗어났을 때는 무책임한 방종이 된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적이다. 미국과 유럽의 시위문화는 얼마든지 요구할 수는 있지만 그 시위로 다른 사람이 방해를 받으면 가차 없는 제재가 따른다. 폴리스선을 넘으면 경찰은 무자비할 정도로 가혹하다. 모두들 그것을 당연으로 여긴다.

얼마 전 시위자들을 치고 달아나다 잡힌 시민이 있었다. 흥분을 그런 식으로 표현한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한국의 시위문화는 문제가 많다. 시위만 했다하면 도로를 점거한다. 또 과격해진다. 시위에서 필사적으로 불을 붙이려는 가짜 목사도 있다. 극단으로 가시효과를 극대화시키려는 것이겠지만, 이건 아니다. 자신의 요구만 중요하고 다른 사람은 배려하지 않는, 책임감이 결여된 방종일 뿐이다.

덜 열린사회 덜 닫힌사회

소위 알바들이나 조중동 수구 언론들, 전여옥으로 대표되는 대정부 욕쟁이들. 지역주의자들, 빨간 페인트통 들고 설치는 전체주의자들...이들의 행태도 마찬가지의 경우다. 대안도 없고 말에 대한 책임감도 없다. 온 나라가 이들의 행태에 놀아나고 휘둘리며 정체 중이다. 차떼기 공천돈놀이 성추행 술주정 오징어 휘두르기 지역감정질 독재자 찬양하기.. 를 하는 당도 기세가 등등하다. 여전히 찍어주는 표가 있기에 별다른 죄책감 없이 맘 놓고 활보한다. 나라의 위상이야 어찌됐든 대통령을 깎아 내리고 인격 모독을 서슴지 않는다. 대통령을 깎기 위해서라면 다른 나라에까지 몰려가서 로비도 하는 인간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대통령의 현 지지율은 미라클 아닌가.

덜 열린사회나 덜 닫힌사회나 그게 그거인 사회일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지금 어디에서 이것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분명한 차이가 있다. 열린사회를 지향하는 쪽이면 지금은 덜 열린사회일 것이고, 닫힌사회의 회귀를 바라는 쪽이면 지금은 덜 닫힌 사회다. 지금 열린사회의 길목에서 가장 핵심적 역할을 하는 노무현이라는 사람에 대한 찬반은 결국 이런 차이로 나는 생각한다.

독재자를 찬양하는 사람들은 과거 그런 정권이 그리운 사람들이다. 경제성장(이 점도 논란이 많다)은 말살된 민주화 보다 우선시 된다. 불가피하단다. 카리스마 넘치는 전제군주의 휘하에서, 사상과 사고의 통제 속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시대를 복구하려고 한다. 그들은 현정부의 정책이 불만이 아니다. 정책 비난은 하지만 근본적으론 노무현이라는 리버럴한 열린사회를 지향하는 세력이 맘에 안든다는 것이다. 자신은 열린사회 속에서 마음껏 권력을 비난하면서도, 전제군주를 찬양하며 한나라당이라는 구시대 정당을 통해 과거로의 회귀를 시도하고 있다.

지금은 덜 열린사회다. 언로는 무한의 자유를 구가하면서도 열린사회의 중심이 큰 지지를 받지 못하고 가열차게 욕 먹는, 어중간하고 이상하게 열려 있는 사회다. 자유에 뒤따르는 책임이 없고 무한의 욕지거리만 난무하다. 그러나 분명 시대는 조금씩 변하고 있다. 끔찍한 상상이지만 만약 한나라당이 집권을 한다 해도 더 많이 열린 이 사회에서 닫힌 사회로 회귀하긴 매우 힘들다. 하지만 닫힌 사회를 지향하는 세력이 다시 힘을 얻으면 큰 혼란과 갈등이 올 것은 자명하다. 그래서 지금의 스탠스 유지가 중요한 것이다.

욕을 먹더라도 정책과 개혁은 계속 되어야 한다. 비판이 아닌 욕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열린당 찌질이들처럼 전전긍긍하고 눈치를 보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하다 보면 국민들이 진실을 알 때가 올 거다. 끔찍한 결과가 나와 한나라당이 집권을 해도 국민들은 노무현의 소중함을 깨닫는 날이 온다. 그 때가 또 기회 아니겠나. 미국은 자국의 민주주의는 성숙했어도 외적으로는 전체주의 나라다. 한국의 열린사회가 만개할 때는 이런 미국의 한계를 능가한다. 진정한 선진국, 강대국의 면모는 바로 포용과 햇볕을 통해 발휘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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