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사회는 누리는 자에게 주어진다.
노대통령 지지율의 진실 2 / Bosoo
만약에 말이지. 박정희 재임 시에 대통령 지지지에 관한 여론조사를 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당시엔 여론조사 기법도 없고 그런 걸 할 까닭도 없었겠지만 어쨌든 요즘 같은 방식으로 했었다면? 재임 18년간 해마다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조사를 했으면?
공정하게 했을 리도 없고 언론을 쥐고 지 꼴리는 데로 발표 했겠지만 만약이라는 건 그 한계가 없거든. 하지만 박사모 관계자들은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여론조사를 했어도 최소한 80프로 이상은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왜냐. 독재자가 그 집권이 길수록 지지율이 높다는 건 세계적 추세니까.
필리핀에서 가장 존경받는 지도자는 다름 아닌 마르코스다. 북한에서 여론조사를 역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해도 95프로 이상은 나온다. 굶어 죽어도 뽀글이 동지 사진을 보면 눈물이 나온다는데 낸들 어쩌겠나. 히틀러, 모택동, 스탈린, 김일성 등등도 당대 극진가라로 존경받는 지도자들이었다. 결국 나라를 거덜 내고 거지로 만들었어도 백성들은 열광을 했다.
닫힌 사회에서
엊그저께 나는 열린사회의 열린보수론에 대한 글을 썼다. 열린사회는 전체주의 사회의 반대쪽 개념이다. 히틀러 모택동 스탈린 마르코스 박정희 카스트로 후세인 김정일 등등은 국가주의 전체주의자들이다. 우와 좌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전체주의의 범주에선 다 똑같은 넘들이다. 이 자들은 열린사회를 적으로 보고 철저히 통제하면서 정치를 했기 때문에 독재자라 불린다. 곧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다원화 개방화를 틀어막으면서 정치를 하면 그 넘이 오토매틱으로 독재자다.
닫힌 사회에선 통치자에 대한 신뢰는 절대적이다. 전체주의를 하려면 백성들의 사고를 획일화시켜야 한다. 획일화시키기 위해서 통치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감 조성과 우상화 작업을 한다. 독재자의 사욕도 있겠지만 그가 지향하는 전체주의 이상을 제대로 실현시키기 위해서다. 이 때 동원되는 도구들은 언론도 있고 학습도 있고 비밀경찰도 있고 남산의 껌은 양복들도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용하고 확실한 도구는 바로 `적'을 만들어 이용하는 거다.
김정일은 미국이 적이고 박통은 공산당이 적이다. 물론 진짜 적이기 때문에 미워하지만, 독재자가 이 적을 잘 활용해 독재강화에 이용하는 건 필수다. 필요 이상으로 백성들에게 적을 향한 적개심을 조성하고 긴장감을 조성해 권력 유지에 이용해야 한다. 반대자는 제거하고 나팔수들을 동원하는 것도 기본이지만, 무엇보다 이 적을 어떻게 잘 활용하는가의 여부가 독재성패를 가름한다. 백성들이 적을 향한 적개심과 불안감이 클수록 통치자를 의지하게 되는 것 아니겠나.
박정희는 이것을 잘 했기 때문에 지지율이 높다. 김일성 김정일은 더 잘했기 때문에 더 높다. 지금도 박정희 찬양론자들은 빨갱이 타령이 습관처럼 붙어 있다. 독재자의 잔재가 열린사회 길목에 서 있는 지금까지도 생생히 남아 있다는 증거다. 지금 통일이 되면 그 혼란과 갈등은 족히 수십 년은 간다. 남북 백성들의 고착화된 가치관은 통일 이전에 가능하면 많이 풀어 헤쳐야 한다.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으로 활발한 남북교류를 시도하는 건 역사적 당위라 할 수 있다.
어쨌든 닫힌 사회에서 통치자의 지지도는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이 사회는 박통이 죽고 닫힌 사회를 지양할 수 있는 호기를 맞게 됐지만, 전두화니와 노태우로 이어 오면서 그 구조는 굳어 왔다. 그래도 열린사회에의 시대적 요구는 어쩔 수가 없어 김영사미 대에 와서 닫힌사회는 균열 조짐을 맞게 된다.
열린사회에서
영삼정권도 물론 군사정권의 뿌리에서 나온 거지만, 그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우선 언로가 상당히 트여지고 정권의 가오도 예전 같지는 못했다. 전체주의의 절대자 모습이 사라지는 것이다. 대통령을 어느 정도 공개적으로 욕해도 되는 시기가 이때부터였다. 방송에선 대통령을 풍자하고 무소불위의 전직 대통령들이 청문회에서 개망신 당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졌다. 언론들은 정권의 나팔수에서 벗어나 정부정책과 대통령을 비판하기 시작한다. 욱긴건 나팔수 역을 충실히 했던 언론일수록 비판 목소리가 크다는 것이다. ㅈ일보가 일등으로 잘해서 정권은 장학금으로 달랬다는 설도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드디어 대통령 지지도 설문조사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는 것. 영삼의 지지도는 첨엔 90프로 이상이었다. 이건 전체주의 독재자 지지율과 같다. 문민정부에 대한 기대감과 금융실명제 등 김영삼의 화끈한 한방이 주효한 까닭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우리 백성들은 통치자에 대한 경외감이 남아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런데 5년의 시간을 거치면서 막판 지지율은 3프로라는 상식 이하가 나왔다.
당사자의 사오정식 언행, 각종 초대형 사고, 아덜 김현철의 전횡과 구속, IMF 등으로 인기가 곤두박질을 쳤던 게 주 원인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백성들에게 판단의 근거를 제공한 언론의 활약이 있었고, 어느 정도 트인 의사소통 구조였기에 이런 결과가 가능했다. 박통식 전체주의 구조에서는 상상도 못할 현실이었다.
김대중 정권도 초기엔 지역주의 수구들의 비토를 제외한 70프로 정도의 인기로 출발했다. 그런데 또 5년이 흐르면서 막판 지지율은 13프로다. 그동안 영남정권 폭력에 사무쳤던 호남의 절대적 애정이 없었다면 김영삼 때와 형님아우 할 것 같다. 아덜 홍삼트리오의 활약과 IMF를 벗어나보려고 돈을 많이 풀어 결과적으로 백성들이 흥청망청 했던 걸 제외하면 눈에 확 띄는 실정은 없었다. 그런데도 막판 지지율은 죽을 쑨다.
이 때는 언론과 백성들의 언로는 영삼 때보다 훨씬 더 자유로워졌다. 특정지역 수구들을 중심으로 한 공개적인 대통령 비난은 원색적이었다. 특히 국민정부의 치적이라 꼽히는 인터넷 통신망 발달 속에서 오히려 국민정부는 적지 않은 비난을 받았다. 언론 쪽에선 절대적 독자층을 가진 조중동의 국민정부를 향한 비판적 기사가 자유롭고 매섭게 쏟아진 시기였다. 결국 막판 13프로라는 지지도를 끝으로 국민정부는 참여정부에게 바톤을 넘겨줬다.
이제 노무현 정부다. 초기 국민정부보다 낮은 50프로 대라는 지지율로 출발한 노무현의 4년이 지난 현 지지율은 20프로 정도다. 앞으로 더 낮아질지 높아질지 그건 모르겠는데, 이 시기의 언론과 언로는 그야말로 최상의 자유를 구가한다. 이젠 개나 소나 남녀노소 구분없이 맘 놓고 정권을 욕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다. 야당은 대통령 취임 날부터 지금까지 한 끼도 거르지 않고 딴지를 걸고, 언론은 시시콜콜한 것까지 문제 삼으며 연일 비난을 해왔다. 보수든 진보든, 심지어는 여당 인사들까지 나서 대통령을 물고 늘어진다.
대통령 스스로도 권위를 내려놓으니 공직사회까지 게긴다. 지방정권을 야당이 모두 장악한 상태인데도 백성들은 지방정권의 책임도 대통령 잘못으로 돌리고, 동네 숙원 재개발 조합원간의 갈등 경로당 문제까지도 청와대에 직접 건의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바야흐로 온 나라가 대통령을 향해 요구하고 삿대질 하는, 습관이 붙은, 최고의 언로 전성시대를 맞은 것이다.
열린사회는 누리는 자에게 주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그래도 지지율 20프로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거 아닌가.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을 거치면서 이 사회는 점차 열린사회로 바뀌고, 그런 과정 속에서 도래하는 혼란과 시행착오는 불가결이다. 수십 년간 전체주의 통치자들의 폐쇄적이고 강요된 가치관에 익숙했던 사람들이, 이 혼란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요즘 일부 50대 댓글이 문제가 되고 있는 건 이분들이 자신이 살았던 세계에서 오늘을 보기 때문이다. 그만큼 전체주의 잔재는 견고하고 무서운 것이다.
열린사회에서, 언로가 활발할수록, 통치자의 머리는 복잡해지고 각종 비난을 받게 돼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유달리 정치에 관심이 많아 너도나도 온갖 참견을 다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권력을 잡으면 독재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힘들다. 그러나 지금은 독재를 꿈꾸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닫힌 사회에서 열린사회로 가속도가 붙어 미끄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도기에서는 인기정책 큰 거 터트리지 않고는 뚜렷한 실정이 없어도 지지율을 올리기가 어렵다. 초기의 높은 지지율, 말기의 낮은 지지율은 과도기적 구조하에서는 당연하다고 본다.
꽤 과학적인 방법이 도입돼 요즘의 여론조사는 대략 들어맞아 정치인들을 울리고 웃기고 하지만, 여론(민의)은 정황에 의해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잘 나오다가도 스캔들 한번 나면 쫙 미끄러지고, 바닥을 기다가도 감동의 스토리 하나 연출하면 쫙 올라가는 게 여론이다. 이 상황에서의 여론조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특히 통치자에 대한 여론일수록 이 정황에 좌우되는 경향이 높다. 노대통령의 독도발언 때의 여론조사는 쑥 올라갔고 지방선거 여당의 참패와 함께 쑥 내려갔다. 대통령 자신은 특별한 액션도 없었는데 정황에 따라 내려간 것이다.
원래는, `여당의 지지도와 대통령의 지지도는 따로 논다'도 덧붙일 생각이었다. 그런데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생략한다. 전에 이 문제에 대해 잠깐 쓴 글이 있기 때문에 참고로 한번 읽어 보길 바란다. 뭔데 그래? 하시는 분은 여기 클릭 암튼 요새처럼 대통령 해먹기 힘들 때도 없을 거 같다. 하지만 그것은 대통령만의 고민이 아니다. 시대의 고민이다. 과도기적 구조에서 나타나는 인지부조화라고나 할까. 오히려 대통령 스스로가 나서 이 문제를 더욱 촉발시켰다.
하지만 과도기를 지나면 우리는 바야흐로 열린사회의 만개된 기운을 누릴 수 있다. 그때의 언로는 전체주의의 잔재를 털어내고 특정 이념과 선입관에 의한 무자비한 비난이 아닌, 스스로의 책임이 동반된 비판이 기본이 될 거다. 이런 민의가 바탕에 깔려야 진정한 의미의 열린사회다. 그런데 자꾸 과거로 돌아가기를 강요하는 세력들이 있다. 전체주의 독재자를 찬양하면서 조그만 문제라도 꼬투리 잡아 자유와 개방과 포용을 비난한다. 역사를 돌려놓아도 자신만 정권 잡으면 그만이라는 세력이다.
독재자가 발라놓은 견고한 `적'을 되돌려 놓고 싶어 한다. 적대감을 더욱 표출해야 한다고 지랄이다. 지역주의를 되살리고 싶어 하고 구태 정치를 부르는 굿판을 벌린다. 이런 자들의 농간에 속아서는 안 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겨우 발을 걸친 열린사회를 또다시 닫힌 사회에 빼앗길 수가 없다.
ⓒ Bo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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