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시민연대 배달사님의 꼬임에 넘어가서 시민연대 정기 후원 회원이 되고 나서
각종 자원봉사에 동원된지 어언 6개월
급기야 이제는 소식지 원고까지 청탁하는 사태까지
그런데 문제는 글의 주제가 진보랩니다.
안그래도 통진 사태 때문에 진보란 글자에 민감해있는 상황인데
왜 이런 주제를 기획해서 글을 쓰라고 하는지
그냥 편한 생활문 쓰라고 하면 안되는지 흑흑~
일주일 동안 고민하다가 어젯밤 적었습니다.
울산 시민연대 소식지 찍기는 1500부 가량 찍지만 글쎄 몇 명이나 읽는지는
사실 저도 잘 안읽거든요.
봉친스에 올리는게 더 독자가 많지 않을까 싶어서 일단 보낸 원고 전문을 올립니다.
원고 마감인 오늘 메일로 보냈는데 아마 수정도 없이 걍 소식지에 올릴겁니다.
제 사진만 하나 보내면 이제 끝!
담에는 절때루 원고 따윈 적지 않겠다 각오합니다. 귀찮습니다.
내가 진보라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
당신은 진보인가요? 보수인가요? 누가 묻는다면 ‘당연히 난 진보지요. 내가 얼마나 미래지향적이고 양심적이고 정의를 추구하는 인간인데.’ 라고 속으로만 말하고 실제는 “글쎄요. 전 그런 구분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하네요.” 혹은“우리나라에서 보수와 진보의 차이가 명확한 것도 아니잖아요.” 이러면서 얼버무리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진보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우리 사회에서 진보에 대한 규정이 꽤나 엄격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우리 사회 통념상 진보라고 말하기 위한 조건에는 이런 것들이 있지 않을까.
진보라면 다국적 기업이 운영하는 커피점에 가지 않을 것이다. 공정무역 커피를 파는 커피점에만 가고 최저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아서 문제가 있다고 기사화된 프렌차이즈 커피점에는 절대 가지 않아야한다.
진보라면 한국 여성들이 하나쯤은 들고 다닌다는 명품 가방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짝퉁도 거절한다. 대신 국내산 브랜드만 고집하거나 현수막으로 재활용된 가방을 들고 다녀야 어울린다. 당연히 옷차림도 화려해서는 안되고 늘 수수한 차림새이어야 한다.
진보라면 친환경 생활을 실천하는 사람이어서 친환경세제만을 사용하고 전기 절약하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일회용품 사용 안하기, 냉난방 기구 사용 줄이기 정도는 당연히 기본 생활 수칙에 들어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진보라면 아이 교육에 있어서도 사교육이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이어서 엄마표 학습을 하거나 품앗이 교육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진보를 주장하는 부모라면 아이를 성적으로 평가하지 않으며 대학은 필수가 아닌 선택의 문제이고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괜찮다는 태도를 가져야한다.
진보라면 소득의 얼마는 남을 위해 기부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 참여도 활발하게 해서 촛불집회에도 꼭 참석하고 각종 서명 활동에 적극적이어야 하고 정치적 이슈에도 민감해서 여론 형성에도 역할을 하는 시민이어야 한다.
진보라면 남북 통일과 세계 평화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진보의 시야는 한반도와 세계로까지 뻗어 있어야한다. 탈북자 문제나 다른 나라의 인권 상황에 대해서 인류애를 가지고 대해야한다. 또한 우리 주위의 이웃에게도 결코 소홀하지 않는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한다.
진보에게 바라는 인간상을 대충만 그려봐도 이렇다.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정말 진보의 길은 힘들구나,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네.’ 이런 생각이 절로 든다. 우리가 이렇게 엄격한 진보의 틀을 만들어놓고 그 틀을 벗어난 경우 비난을 할 준비가 되어있는 외부의 눈을 의식한다면 그 누가 자신이 진보라고 감히 말할 수가 있을까?
내가 진보라고 선언하고 나서 저런 많은 사항을 요구받는다면 앞으로도 영원히 나는 결코 진보라고 말하지 않고 싶다. 김어준 식의 표현대로 “실타!”고 바로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저 규정들은 진보에게는 굴레이며 진보를 비난하고 싶어하는 많은 눈들에게는 꼬투리를 찾아내기 위한 틀일 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저 많은 규정들을 기꺼이 감내하길 원하는 것이다.
진보란 이래야 한다는 말. 그 말 속에는 진보에게 바라는 소망이 들어있기에 이래야 한다는 말이 나쁜 의도가 아닌 것은 알겠다. 하지만 진보는 하나의 이념일 뿐 그 진보를 실천하려는 우리 인간은 신이 허술하게 만든 피조물일 뿐이다. 인간에게 신을 요구하는 것은 신을 모독하는 것이 아닐지. 부족한 인간에게는 언제나 따뜻한 이해와 용서가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나 아름다운 이념인 진보를 실천해나가려는 이 땅의 많은 사람들에게 요즘은 비난보다 믿음과 사랑을 보내고 싶은 게 솔직한 내 심정이다.
간지나는 진보, 신나는 정치, 작은 참여
이런 어구들이 참 좋다. 새롭기도 하지만 말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기존에 우리가 지니고 있던 진보나 정치, 실천에 관한 엄격한 틀을 여유있게 만들어서 누구나 진보가 되고 정치를 하고 참여를 하고 싶게 만들기 때문이다. 진보에 대한 과한 요구는 결국 나 자신이 진보이길 부정하고 싶어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본다. 그냥 남보다 조금만 더 세상에 관심이 있고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 나가길 꿈꾸는 사람들이 진보라고 말할 수 있을 때 진보의 세상은 빨리 오지 않을까?
*위 김어준의 말 ‘실타’는 ‘싫다’의 말하는 대로 적은 말이다. 싫다는 부정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문법적으로 오류인 ‘실타’를 그대로 사용한다.
*간지나는 진보에서 ‘간지’란 멋지다는 뜻을 가진 신생어, 은어이다. 젊은 세대는 멋진 남자를 간지남, 멋지다를 간지난다라고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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